2026년 재정운용모습(기획재정부)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안이 총지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 첫 본예산으로, 올해보다 55조원, 8%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전임 정부들의 2~3%대 '긴축재정' 예산에 비하면 전면적인 '확장재정'으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때부터 강조해온 AI(인공지능) 대전환과 국가 R&D(연구·개발) 확대 등 성장 동력 예산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농어민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 등 이재명표 예산들이 대거 담겼다.

하지만 빠듯한 세수여건 탓에 상당 재원을 국채에 의존하다보니 국가채무는 14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6년 예산안'을 의결, 내달 3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의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쯤 확정된다.

새해 예산안에 담긴 새해 총지출 규모는 728조원으로 올해 본예산 673조3000억원 대비 8.1%(54조7000억원) 늘어났다. 증가율은 코로나 팬데믹 대응으로 씀씀이가 8.9% 불어난 2022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이재명 정부는 총지출을 연 평균 3.5%씩 늘린 윤석열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를 파기하고 확장 재정 기조를 공식화했다.

26년 정부 예산안중 중점투자방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위축된 경기와 얼어붙은 민생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며 "어렵게 되살린 회복의 불씨를 성장의 불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의 주요 지출 내용들을 보면 저출생 해소를 위해 만 7세 이하에게만 주던 1명당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만 8세에게도 지급하기로 했다.

아직 논란이 많은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등 이재명표 현금 지원 사업도 이번 예산안에 담겼다. 전국 지자체가 24조원어치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역대 최대인 1조1500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도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내년에 인구감소 지역 6개 군을 공모해 주민 24만명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해당 예산으로 1703억원이 배정됐다.

또 지방거점 성장 차원에서 거점 국립대학에만 총 873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3956억원)보다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인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예산이다.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사업들에도 재정이 많이 투입된다. 3조3천억원에 불과했던 AI 예산은 이례적으로 3배 넘는 10조1천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R&D 예산은 올해 29조6천억원에서 내년 35조3천억원으로 5조7천억원(19.3%) 증가한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통상현안 또는 탄소중립 이슈가 있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는 4조1천억원(14.7%) 증가한 32조3천억원이 투입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증액 압박을 받는 국방예산은 5조원(8.2%) 불어난 66조3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총액뿐만 아니라 증가 폭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초급간부 처우개선과 장병 복지 증진, 한국형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및 AI(인공지능)·드론·로봇 투자 등 첨단무기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예산이 투입된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필요한 예산도 많이 증액된다.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생계급여액이 4인 가구 기준 월 207만8천원, 1인 가구 82만1천원으로 각각 12만7천원, 5만5천원 인상된다. 고령화 대응을 위한 정부 예산도 올해 25조6천억원에서 내년 27조5천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69조1천억원으로 20조4천억원(8.2%) 증가한다. 이밖에 일반·지방행정 121조1천억원, 교육 99조8천억원, 농림·수산·식품 27조9천억원, 사회간접자본(SOC) 27조5천억원, 공공질서·안전 27조2천억원씩이다.

분야별 재원배분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관통하는 핵심 목표로 '초혁신경제'를 내세우면서 ▲지방거점 성장 ▲ 저출산·고령화 대응 ▲ 사회안전대응 ▲민생·사회연대경제 ▲ 산재 예방 ▲ 재난 예측·예방·대응 ▲ 첨단국방 및 한반도 평화 등을 두루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구조조정도 강화했다.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낮은 1300여 개 사업이 폐지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많이 늘어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 대폭 감액됐다.

한편 정부의 새해 총수입은 올해보다 22조6천억원(3.5%) 증가한 674조2천억원으로 편성됐다. 국세를 7조8천억원(2.0%)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14조8천억원(5.5%) 늘려 잡기로 했다.

통합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내년 시장조성용이나 차환 발행을 제외한 국채 순발행 규모는 116조원이다. 이중 총지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한 적자국채는 110조원이다.

국가채무는 1273조3천억원에서 1415조2천억원으로 141조8천억원 늘어난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8.1%에서 내년 51.6%로 3.5%포인트 오른다. 정부는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오는 2029년 50%대 후반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