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알츠하이머 조기진단키트 전문기업인 코스닥 상장기업 피플바이오가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기려던 시도가 또 실패했다.
피플바이오는 지난 19일 늦게 띄운 공시에서 지난달 12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3자배정 유상증자 발행을 철회하며, 경영권 변경 등에 관한 계약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결의한 3자배정 유상증자는 보통주 신주 644만주, 90억원을 이스턴네트웍스에 배정, 경영권을 이 기업에 넘긴다는 내용이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1397원, 신주 납입일은 지난 19일이었다.
피플바이오는 증자 철회 사유로, 인수 예정자인 이스턴네트웍스가 주금을 19일까지 납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수인의 계약 불이행에 따라 경영권 인수계약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스턴네트웍스가 왜 주금을 납입하지 못했는지는 설명이 없으나 피플바이오가 경영권을 넘기면서 이스턴네트웍스 최대주주 개인법인의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했다가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추정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피플바이오는 지난달 12일 경영권 변경 목적 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하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999-8번지 일대 토지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건물을 890억원에 인수한다는 공시도 함께 했다. 거래 상대방은 유한회사 리얼리티젠이었다.
인수대금은 270억원만 현찰로 내면 되고 나머지 620억원은 이 부동산이 안고 있는 각종 대출을 그대로 피플바이오가 다시 승계하는 조건이었다.
같은 날 피플바이오는 이 부동산 인수대금 270억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사모 영구 전환사채(CB) 270억원 발행도 공시했다. CB 금리는 연 4.5%나 되지만 만기 30년에 만기는 계속 연장할 수 있다.
또 CB 인수자가 중도상환(풋옵션)을 요구할 수 없고, 3년 후부터 발행회사가 중도상환(콜옵션)을 할 수 있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CB였다. 장부상 부채비율이나 자본잠식을 개선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했다. 부동산 매매대금 납입일과 CB 대금 납입일은 똑같이 지난 11일이었다.
이 CB는 또 2027년 1월30일부터 주식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 전액 청구하면 인수자가 피플바이오 보통주 지분 44%를 확보할 수 있는 양이기도 했다. 이 CB 전액 인수자는 대치동 부동산을 매각하는 리얼리티젠이었다.
CB 대금과 부동산 매각대금 270억원은 서로 상계하는 방식이다. 이 거래가 완료되면 피플바이오는 인수대금을 현찰로 따로 줄 필요없이 대치동 부동산 대출금만 전액 떠안으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피플바이오는 지난 11일 부동산과 CB 납입 만기가 돌아오자 납입일을 내년 1월30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이때부터 이번 패키지딜은 이미 헝클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차 3자배정 유상증자와 경영권 매각계약, CB 발행에 이어 하루 뒤인 지난달 13일 피플바이오는 또 다른 2차 3자배정 유상증자도 공시했다. 새로 발행되는 신주 280만주에 40억원이 납입되는 유상증자로, 납입일은 내년 1월30일이다. 이 40억원 신주를 모두 인수하는 기업 또한 리얼리티젠이었다.
대치동 부동산을 피플바이오에 넘기고 그 인수대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피플바이오 발행 CB를 인수한다는 바로 그 리얼리티젠이다. 문제는 리얼리티젠과 1차 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90억원을 떠안는 이스턴네트웍스의 100% 대주주가 똑같이 ‘유세권’이라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유씨는 이 두 회사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유 대표가 이스턴네트웍스와 리얼리티젠의 지분 100%씩을 갖고 있어 두 회사는 유 대표의 사실상 개인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 대표가 양 개인회사를 동원, 130억원으로 피플바이오 지분 30.3%를 확보해 인수하는 대신 피플바이오가 발행하는 CB 270억원을 떠안는 형식으로 대치동 부동산을 피플바이오에 넘기면서 부동산이 안고있는 빚들까지 전액 떠넘기는 방식이다.
130억원으로 피플바이오를 인수하면서 빚이 많은 부동산은 빚까지 한꺼번에 피플바이오에 넘기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딜이 완료되면 피플바이오도 사실상 유 대표 기업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을 다른 곳으로 넘긴다고 볼 수 없고, 부동산 대출만 자신의 기업들간에 이동시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피플바이오가 해당 부동산의 빚을 감당하기에는 재무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피플바이오는 누적된 적자와 영업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아주 열악한 상태다.
2002년 설립된 코스닥 상장업체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조기진단키트 전문기업이다. 조기진단키트 등은 이미 2018년부터 상용화됐지만 효험이나 평판을 아직 충분히 인정 못받아서 그런지 판매나 영업실적은 시원치 않다. 올 1~9월 연결 매출은 27억원에 불과하고 영업손실만 66억원에 달한다.
반면 박사 6명, 석사 9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비만 2023년 51.6억원, 2024년 34.6억원, 올 1~9월 19.3억원에 이른다. 연구개발에는 계속 많은 돈이 들어가는 반면 아직 대박을 치지 못해 영업실적은 장기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전형적인 ‘캐시버닝 바이오벤처’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거듭 된 유상증자로 최대주주인 강성민 현 대표의 지분율은 7.6%까지 떨어져 있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는 13.41%에 불과하다. 소액주주 비중이 81%에 이른다.
강 대표는 이번 패키지딜이 완성될 경우 3년간 대표 직 유지는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문에 관련업계 일부로부터 “자본을 들여오되 핵심기술과 조직 연속성은 유지하는 전략적 절충”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연결기준 지난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77억원에 불과하고, 자본금 109억원, 자본잉여금 772억원에 누적결손 847억원, 자본총계는 17억원이다. 결손에 자본잠식 정도가 심각한 편이다.
이런 피플바이오가 부동산 매입을 강행할 경우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만 연간 4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발행할 뻔 했던 270억원 영구 CB 이자만 매년 12억원(표면금리 4.5%)에 달한다. 여기에 리얼리티젠으로부터 넘겨받는 부동산 대출 620억원의 이자도 새로 부담해야 한다.
이번 거래로 130억원의 증자대금이 들어오고 270억원의 영구CB로 완전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나게는 되지만 부동산을 매입하며 승계한 620억원의 대출이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피플바이오의 재무구조는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자본잠식 해소용’이라는 이번 패키지딜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반면 부동산 현 주인인 리얼리티젠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3년여 만에 27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둘 뻔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리얼리티젠은 지난 2022년 2월 616억원에 해당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620억원의 대출을 피플바이오에 넘기면 리얼리티젠의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된다. 리얼리티젠의 2023~2024년 매출은 8억원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이자비용만 65억원, 부채비율은 7793%에 달했다.
현재 이 건물은 재개발을 위해 철거가 진행 중이지만 피플바이오는 임대수익 등을 노린 재개발 비용을 부담하기도 어려운 재무 상황이다. 경영권 이양과 동시에 고가 부동산을 인수하고 부채를 떠안는 이 패키지 딜 구조에 대해 당연히 ‘기업사냥 M&A가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피플바이오의 재무부담 가중 우려부터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논란이 이어진데다 유 대표 측이 지난 11일 CB 대금 납입 연장에 이어 19일 1차 3자배정 유상증자대금 90억원 입금까지 하지 못하자 피플바이오는 3자배정 유상증자와 경영권 매각계획 철회를 공시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매입과 CB 발행, 2차 3자배정유상증자 등도 당연히 모두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
피플바이오 강성민 대표가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19일 회사 홈페이지에 띄운 주주들에게 보낸 글에서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위기 해소와 사업파트너로서 유세권 대표 측과의 협력을 기대하며 증자를 진행했는데, 유상증자가 불발된데 대해 심히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또 “리얼리티젠 및 이스턴네트웍스와 11월12일에 체결한 계약의 불이행에 따른 위약벌 청구 등에 대한 소장을 법원에 접수한다”며 “일방적 계약 불이행 사태로 인해 회사와 주주님들께 입힌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모두 청구할 것이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 대표가 증자대금 납입 약속을 어긴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부동산 관련 논란과 비판이 원인이 아닌가 추정될 뿐이다. 막상 인수하려니 피플바이오의 기업내용과 전망 등에 고민이 많았을 수도 있다.
피플바이오는 2021년에도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인수가 미납이 원인이었다.
개발 제품들이 대박을 터트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또다른 매각 시도가 또 발생할 수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워낙 낮아 경영권 양도가 수반되지 않는 지분출자 또는 투자유치는 어려운 지분구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