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본사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GS건설이 2000억 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지난 17일 늦게 공시했다. 제1회 사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으로, 이 회사가 발행하는 첫 신종자본증권이다.

공시에 따르면 이 신종자본증권의 표면이자율은 연 4.82%로, 3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된다. 만기는 30년이나 다른 신종자본증권처럼 회사가 희망하면 계속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 이자 지급도 회사 재량으로 일정기간 연기할 수 있다.

청약 및 납입일은 18일이고, 이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하는 곳은 에스하나제일차주식회사다. 인수처에 대한 설명이 없지만 투자조합으로 추정된다. GS건설은 또 신종자본증권 조달자금의 구체적 사용 목적으로,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의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 공시


이 증권 인수자는 어떤 경우에도 중도상환(풋옵션)을 요구할 수 없는 조건도 붙어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보통 신종자본증권은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본건전성을 높이는 주요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독소조항들도 많다. 이 신종자본증권도 다른 신종자본증권처럼 3년 후부터 발행회사가 원리금 전액을 중도상환(콜옵션)할 수 있다. 의무 조항은 아니지만 콜옵션은 이미 금융계의 관례가 되어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가 신용도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곤욕을 치른 금융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금리가 해가 갈수록 살인적으로 높아지는 이른바 ‘스텝업 조항’도 보통 붙는다. 이 신종자본증권도 3년까지는 금리가 연 4.82%이지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3년 후부터 1년간 금리는 연 9.82%로 껑충 뛴다. 또 그 이후 매년 연 2%포인트 씩 금리가 더 가산되는 방식이다.

GS건설 신종자본증권의 풋옵션 및 콜옵션 조항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버틸 경우 살인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다. 신종자본증권을 사실상의 만기 3년 또는 5년짜리 고금리대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BIS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장부상 자본적정성 등을 높이려는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이 주로 발행한다. 회사채보다 고금리이더라도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되고, 또 3년 또는 5년 후 갚아버리면 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재무건전성 지표들을 높이려는 금융회사들이 주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비금융기업들도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 고금리와 3년 후 전액상환 조건 등에다 비금융기업들은 금융회사들만큼 자본적정성 지표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점 등 때문에 자금난은 빠듯한데 부채비율 등은 이미 높고, 금융기관이나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운 비금융기업들이 이따금 발행하곤 한다.

GS건설 신종자본증권의 금리상향(스텝업) 조항


올들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비금융기업들을 보면 지난 4일의 한화토탈에너지스(5천억원, 금리 6.2%), 지난 11월의 신세계디에프(1천억원, 4.24%)과 풀무원식품(200억원, 5.9%), 10월의 HL만도(2천억원,4.77%), 9월의 DL케미칼(2500억원, 5.116%)과 롯데지주(500억원, 4.723%), 콘텐트리중앙(420억원, 8.4%), jTBC(400억원, 8.1%), HD현대오일뱅크(1천억원, 4.75%), HL D&I(800억원, 6.525%), 지난 7월의 제주항공(1천억원, 6.5%)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개 업황이 좋지 않은 석유화학이나 면세점, 저가항공, 정유업체들이고, 건설업체는 HL D&I에 이어 GS건설이 올들어 두번째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로 한때 크게 고전하기도 했으나 그 이후 수익성을 다시 회복해 현재는 대형 건설사들 중 재무상태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다만 건설업황 자체가 워낙 좋지 않아 그 영향은 많이 받고 있다.

재무지표들 중 부채비율이 대형 건설사들 중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때문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최근 자료를 보면 GS건설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말 1조4908억원에서 지난 9월 말 3조1642억원으로 5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이때문에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19%에서 240%로 높아졌다.

이같은 부채비율은 중소형 건설사들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나 대형 건설사들 중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 9월 말 현대건설의 연결 부채비율은 171%, DL이앤씨는 98%, 포스코이앤씨 162%, 롯데건설 214%, HDC현대산업개발 153%, 대우건설 229%, SK에코플랜트 219% 등이다. 10대 건설사 중에선 가장 높다.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재무지표 현황(나신평 정리)


하지만 순차입금의존도(17.6%)나 EBITDA/금융비용(7.9배), 순차입금/EBITDA(4.3배), 영업현금흐름(2580억원 흑자), 잉여현금흐름(810억원 흑자) 등 다른 재무지표들은 다른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직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도 신종자본증권까지 발행한 것은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단단히 해두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지난 2월에는 자체 신용도를 기반으로 별도의 신용보강 없이 유동화증권 2000억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다만 회사채 시장 접근은 아직도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도 있다. 첫 신종자본증권을 공모가 아니라 사모로 발행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처리 사업 자회사인 GS이니마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 매각이 성사되면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이 추가로 확보돼 재무구조가 더욱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