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과거부터 M&A(인수합병)로 유명했던 SNT그룹과 최평규 회장이 이번에는 공작기계업계의 ‘작지만 강한 기업’ 스맥을 사실상의 ‘적대적 M&A’ 방식으로 집어삼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스맥은 올 상반기 사모펀드와 함께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공작기계사업부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던 기술기업이다.
SNT와 최 회장은 소액주주 비중이 70%가 넘고, 최대주주와 회사의 현금동원력 등 이 회사의 취약점들을 노리고 있다가 현대위아 공작기계사업부 인수로 몸집을 불리는 것을 보고 곧바로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마치 ‘1타 쌍피’같은 모양새다.
지난 24일 스맥 공시에 따르면 SNT그룹의 지주사인 SNT홀딩스는 이날 장내에서 스맥 지분 372만8468주를 추가 매입했다. 주당 4247원으로, 모두 158억원의 자기자금을 투입했다.
이 추가매수로 SNT홀딩스의 스맥 지분율은 13.65%로 높아졌고, 최평규 회장이 이미 보유하던 스맥 지분 6.55%까지 합하면 20.2%가 되었다. 합산지분율 20%선을 넘은 것이다. 이날 자로 SNT그룹은 지분보유 목적도 종전의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바꿔 공시했다. 여차하면 경영권도 뺏을 수 있다는 선포다.
SNT홀딩스의 지난 24일 스맥지분 추가 장내매수 관련 공시
스맥은 삼성중공업 공작기계사업부를 모태로 1999년 설립된 업체다. 2016년 당시 최대주주이던 이효제 전 회장의 사망 이후 유가족들이 최대주주를 맡다가 2023년 전문경영인이던 최영섭 현 대표이사에게 유족들이 지분(58억원)과 경영권을 넘겼다.
이 지분을 넘겨받을 때 주식담보대출(20억원)을 많이 받았던 최 대표의 지분(작년말 9.16%)과 자금동원력은 스맥이 사모펀드와 함께 현대위아 공작기계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이 자금조달을 위해 지난 6월 실시한 유상증자 때문에 더 취약해졌다.
이 틈을 타 SNT홀딩스와 최평규 회장은 지난 6월17일부터 24일까지 장내에서 스맥 지분을 집중 매수, 지분율을 각각 7.68% 및 3.37%씩 확보했다. 합산 지분율 11.05%로 최 대표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처음 올랐다. 그 전에는 지분이 거의 없었다.
이때만 해도 SNT 측은 지분인수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공시했고, 스맥 측도 일시적인 최대주주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4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을 거치면 최영섭 대표가 다시 최대주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실제 유상신주 납입으로 이틀만에 최대주주가 다시 최 대표(9.75%)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평규 회장과 SNT홀딩스는 유상증자가 끝난 7월 들어서도 계속 지분을 장내매수했다. 유상증자 때문에 떨어졌던 최 회장 등의 합산지분율은 14.74%로 재상승했고, 7월15일 다시 최대주주로 올랐다.
유상신주를 받느라 또 돈을 많이 쓴 최 대표는 더 이상의 지분 매입여력이 없었든지 지분율은 지금까지도 9.75%로 변동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4일 SNT홀딩스가 다시 158억원을 투입, 합산 지분율 20%를 넘기면서 지분투자 목적까지 ‘경영권 영향’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상 적대적 M&A를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NT홀딩스의 스맥 지분 보유 목적 변경 공시
지난 5개월 간 이런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며 주가는 폭등했다. 작년 말 2913원이던 스맥 주가는 SNT의 지분매입이 첫 공시된 지난 6월25일 3350원까지 오르더니 지난 25일에는 4870원까지 더 뛰었다.
SNT가 최 대표와 막후 인수협상으로 스맥을 인수하면 오히려 비용이 덜 들 수 있을텐데 이렇게 장내매수 방식으로 계속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 대표 측이 여전히 인수에 부정적인 때문이 아닌가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SNT 측은 앞으로도 계속 지분을 장내매수하고, 적당한 시점에 주총 등을 열어 경영진 교체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최 대표 측의 대응은 크게 두가지다.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사모펀드 등 외부 우호지분을 확보해 끝까지 결사항전하든가, 아니면 자기 지분을 모두 SNT 측에 매도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최 대표와 의기투합해 현대위아 사업부를 인수한 사모펀드 등이 반발할 경우에는 SNT 측이 최대주주는 유지하되 경영은 계속 최 대표에게 맡기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분은 계속 늘리면서 SNT나 최 대표 모두 몇달째 조용(?)한 것은 이 점 때문이 아닌가 추정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작년 말 기준 77.77%에 달했던 소액주주들의 동향도 관건이다. 소액주주 비율은 SNT의 장내매수로 지금은 70% 정도로 작년 말보다 많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70%도 여전히 압도적인 지분율이다. 이들이 어느 편을 지지하는지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SNT와 최 대표 측 모두 소액주주지지 확보를 위한 각종 여론전에도 앞으로 총력전을 펼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3위 공작기계업체인 스맥은 금속을 깎거나 잘라 정밀 부품을 만드는 CNC선반과 머시닝센터 등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 3월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 릴슨프라이빗에쿼티와 손잡고 업계 2위 현대위아 공작기계 사업부를 34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몸집을 올들어 크게 불렸다.
자금력 때문에 스맥 측은 매매대금 중 1183억원 밖에 대지못해 지분율은 35%에 불과하지만 경영은 스맥이 맡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모펀드가 스맥과 최 대표의 기술력 및 경영능력 등을 믿고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스맥의 연결기준 자산은 작년 말 3011억원에서 지난 9월 말 3863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순자산도 1295억원에서 1736억원으로 불었다. 올들어 업황 불황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를 유지하는 등 재무구조도 견실한 편이다.
다만 현대위아 사업부 인수 때문인지 연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317억원에서 9월 말 4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단기에 현금화 가능한 단기금융상품도 10억원에 불과하다. 최 대표가 결사항전(?)하는데 동원 가능한 회사 현금력이 취약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맥은 작년에 연결 매출 2013억원에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 1~9월에는 매출 1134억원에 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실적도 실적이지만 최평규 회장은 이 회사의 기술력과 기술인력들을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최평규 회장은 다양한 M&A로 그룹을 크게 일군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옛 대우정밀을 인수해 SNT모티브로 바꿨고, 주력기업 SNT다이내믹스도 옛 통일중공업이 전신이다. 또 에너지관련 기업이던 삼영을 인수해 SNT에너지로 키웠다.
이 주력 3사의 업종이 방산, 자동차부품, 공작기계, 파워트레인, 열교환기,플랜트장비 등이어서 스맥 인수 추진은 유관분야 M&A라고도 볼 수 있다. 최 회장과 SNT홀딩스는 스맥 인수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6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을 상대로 9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