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부동산 매매 계약부터 등기까지, 공인중개사의 모든 업무를 AI가 대신 처리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부동산 통합 플랫폼 ‘마이베스터스(My Vestors)’가 본격 개발에 돌입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마이베스터스는 계약서 작성, 전자서명, 등기 신청까지 일련의 거래 절차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타깃은 공인중개사다. 그러나 단순한 중개 지원 툴을 넘어, 향후에는 투자자 대상의 정보 분석, 매물 추천 등까지 기능을 확장해 부동산 거래 전반을 아우르는 ‘거래 운영체계(OS)’를 표방하고 있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수익 모델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단순한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넘어 부동산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을 겨냥한 시도로 보인다.

플랫폼 기획과 사업 구상은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김순길 교수가 주도했다. 25년간 권리분석과 자산관리 분야에서 실무와 강의를 병행해온 김 교수는 “기존 부동산 시스템은 지나치게 파편화되어 있고, 대부분이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계약서 한 장을 쓰기 위해도 복수의 사이트와 서류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현재 시스템을 AI로 통합하고 단순화하면,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베스터스 CI. 사진=마이베스터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4월 15일,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보증 승인을 획득하며 기술력의 가능성을 공식 인정받았다. 기보의 보증 승인은 대개 정량적 기술 평가와 사업성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는 판단을 받은 셈이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지만, 업계 일부에선 벌써부터 ‘게임 체인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 교수의 이력도 흥미롭다. 그는 부동산정보 플랫폼 ‘부동산114’ 창업자 이상영 교수의 박사과정 제자로, 과거 부동산114 모델을 벤치마크 삼아 정보 제공과 중개 프랜차이즈를 결합하는 복합 플랫폼을 구상해왔다. 단순히 ‘기술 스타트업’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축적된 부동산 실무와 이론이 기술로 응축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마이베스터스는 공인중개사 대상으로 월 구독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디지털 마케팅, SNS 기반 홍보, 성공 사례 중심의 콘텐츠 캠페인 등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 확산에 나선다.

부동산 업계는 지금까지도 디지털 전환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분야로 지목돼 왔다. 마이베스터스가 과연 이 느린 관성을 깨뜨릴 수 있을까. ‘사람이 아닌 AI가 작성한 계약서’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기술의 무게보다 더 궁금한 것은 아마도 시장의 수용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