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국세청이 올해 1~7월 서울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증여 2000여 건을 모두 조사한다고 4일 밝혔다. 집값 상승 속에 감정가 축소, 부채 낀 꼼수 등 편법 증여가 반복되자 처음으로 특정 지역을 집중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4일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증여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며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4구와 마용성 소재 아파트 증여의 세금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전수조사 대상은 올해 1~7월 중 강남4구·마용성 아파트 증여 건수 2077건이다. 11월 현재 증여세 신고 기한이 지난 경우로, 이 가운데 증여세는 1699건 신고됐다. 이 중 1068건은 실제 매매가액 등 시가로 신고됐다. 나머지 631건은 시가를 산정하지 않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신고했다.

국세청은 이 631건 가운데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한 부동산을 추려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해 시가로 과세할 예정이다. 시가로 신고한 1068건도 적절한 가액인지, 상속·증여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부당한 감정평가액은 아닌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서울 반포의 신축아파트들


국세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버지에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A씨는 같은 단지의 동일 평형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된 사실을 알고 예상보다 증여세 부담이 커지자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감정평가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A씨는 인근 아파트 매매 가격의 65% 수준인 감정가액 39억원으로 증여세를 신고했다. 국세청은 이에 직접 감정평가를 받아 시가를 바로잡고, 저가 평가한 법인은 ‘시가 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담부 증여, 담보 등 채무를 이용한 편법 증여도 조사 선상에 올랐다. 부담부 증여란 증여 재산이 담보하는 채무까지 인수하는 증여 방식으로, 채무액은 증여자(주는 사람)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므로 증여세 절세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쪼개기 증여’나 합산 과세를 피하기 위한 ‘세대 생략’ 꼼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모가 고가 아파트를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취득세 납부를 위한 현금 수십억 원도 함께 주는 경우, 아파트와 현금이 합산돼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를 피하려 현금은 조부가 세대 생략 증여하는 것처럼 위장 신고하는 식이다.

당초 부동산을 처음 취득한 증여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탈세 등 문제가 없는지도 국세청 조사 대상이다. 부동산 등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집합 건물 증여 건수는 7708건으로 집계돼 202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미성년자 증여(223건) 또한 2022년 이후 최다다. 특히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강남4구·마용성 등 가격 상승 선두 지역에 집중됐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국세청 오상훈 자산과세국장은 "미성년자 등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자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세, 취득세 대납 여부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 시 발생하는 부대비용까지 부모, 조부모 찬스로 해결하며 정당한 세 부담 없이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모두 찾아내 빈틈 없이 과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