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홈페이지의 이중근 회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부영그룹 최대 주력기업인 부영주택은 보유 토지 2건을 계열사 동광주택에 매각한다고 4일 공시했다.

모두 지난달 25일자로 매매가 성립된 토지들로, 우선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70-4번지 등 26필지 28061.7㎡는 5879.58억원에 매각했다. 다른 토지는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113-121번지 등 10필지 47500.8㎡로, 매각 가격은 4652.27억원이다.

2건의 토지 매각으로 부영주택은 모두 1조532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거래 목적으로, 부영주택은 ‘재무구조 개선’, 동광주택은 ‘사업용 부지 매수’라고 각각 공시했다.

부영주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5조9191억원에 달하는 이 회사의 자산 중 재고자산으로 분류되는 용지는 3조573억원에 이른다. 유형자산 중 토지도 2조5464억원에 달한다. 이 용지와 토지 중 일부를 이번에 매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영주택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일부


하지만 부영주택의 작년 말 유동자산은 3조7557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50억원, 유동부채는 9조2551억원으로, 유동비율은 40.57%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부채로 나누어 구하는 값으로, 보통 200%가 넘어야 안정권이라고 한다.

만기가 짧은 부채 상환 압력이 들어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셈이다. 보유 부동산이 과다한 기업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것으로, 이를 방치하면 부동산은 많은데 현금이 모자라 이른바 ‘흑자 도산’같은 것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작년 말 이 회사의 단기차입금 잔액은 1조5272억원으로, 2023년 말 9062억원보다 1년 사이에 69%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023년 말 520%에서 작년 말 547%로 더 높아져있는 상태다. 확보된 토지로 임대주택을 주로 짓는 기업이라 부채비율이 일반 건설사보다 높을 수 밖에 없지만 부영주택의 부채비율은 정도 이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다 계속되는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도 문제다. 이 회사는 2023년 1637억원 영업적자에 이어 작년에도 1315억원 적자를 봤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는 낮지만 판매관리비가 과다한 영향이다.

판관비 중에서도 감가상각비 비중이 큰 것으로 보아 매출은 정체 상태인데 비해 사업용 부동산 구입 및 관리비용 등이 기업 운용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재무구조는 좋지 않은 편이어서 ‘재무구조 개선’용으로 보유 토지들을 매각한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동광주택의 현금 등 유동자산 현황


같은 임대주택 전문 계열사 동광주택은 상대적으로 부영주택보다는 재무구조가 나은 편이다. 작년 말 유동비율 81%, 부채비율은 351%다. 하지만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1억원에 불과, 부영주택 토지매입대금을 어떻게 치를지가 관심거리다.

이 회사도 장부상으로는 계속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단 현금 외에 작년 말 단기금융상품이 2713억원에 이르고, 재고 용지와 보유 토지 등도 꽤 있어 모자라는 토지매입대금은 보유 부동산 매각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감사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미 올해 중에 이 토지 매입을 위해 동광주택이 다른 보유 부동산을 대거 처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부영그룹과 부영주택에 대한 공정위 소개


부영그룹은 창업자인 이중근 회장이 최근 몇년간 고향 사람들 등 많은 주변 인물들에게 거액을 증여해 화제를 불러 모았던 그룹이다. 그런 그룹의 주력기업들치고는 장부상 재무상태는 모두 썩 좋지 않은 셈이다. 계열사들이 모두 비상장사라 그런지 주주배당도 거의 없다. 이 회장은 과거 벌어둔 개인자금이나 재산을 바탕으로 현금 증여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재계 자산순위 28위 그룹으로, 계열사 21개에 자산총액 21.45조원, 작년 합산매출 9310억원, 합산 당기손익 –2760억원으로, 작년 그룹 전체 손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부영주택의 자산이 15.92조원으로 전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