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정부가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하며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과 논의해 별도의 환율 안정 방안도 내놓겠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은 단기 변동성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며, 채권시장은 향후 금리흐름에 대한 시장의 기대변화 등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했지만 내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을 고려할 때 국채 수요기반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환시장에 관해 "국내거주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70원을 상회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드러내면서 "구조적인 외환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되면서 환율의 하방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용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또 국민경제와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환율상승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중 관세 전쟁 우려가 절정이던 지난 4월 9일 원화 환율은 장중 1487.6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5월 중순 들어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9월 말 대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탓에 1400원대로 올랐다. 10월에도 한 달간 24.4원 오르는 등 급격히 치솟았다.
이후 한·미 관세 협상 완전타결 소식이 나왔지만, 원화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지난 12일까지 7거래일 만에 36.9원 올랐다. 13일과 14일오전 한때 1475원까지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은 데 이어 글로벌 금융 위기가 고조됐던 2008~2009년 수준인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서학 개미들과 수입업체 결제 수요 등 견고한 달러 실수요가 우선적 원인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서학 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269억 5739만달러(약 39조 516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오히려 우리나라 주식을 8769억원이나 순매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떠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계속 주식과 채권을 팔고 나가는 것도 환율상승의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얘기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 국채 대표물인 10년 국채 선물을 이달 들어서만 2조6500억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이 때문에 국고채 금리가 계속 상승, 시중금리 전체도 끌어올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많이 낮아져 있는데도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등 시장금리는 계속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 기업들 중 통상 가장 금리가 낮다는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초우량 대형 시중은행들의 회사채(은행채) 발행금리도 지난 7~8월 연 2.4~2.5%대에서 지금은 2.8~2.9%대까지 올라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환율 상승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분석들도 적지 않다. 잠재성장률에도 못미치는 저성장, 미국의 관세압력에 바로 직격탄을 맞아야하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무역 및 경제구조,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 급격한 인구 고령화, 과다한 가계부채, 생산성 정체 등이 원화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의 펀더멘털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타결된 3500억달러라는 투자액수 부담도 외환시장을 계속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달러환율은 이틀 연속 1475원을 찍는 등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자 14일 오전 1450원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10시24분 기준 달러 당 1461.80원을 기록 중이다.
계속되는 고환율은 미국 관세압력에 시달리는 자동차 업체 등 수출기업들에게는 유리하겠지만 수입이 대부분인 국내 물가에 큰 부담을 주는 등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