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정원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내란 특검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조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진행한 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작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불려가 대국민 담화 전 계엄 선포 계획을 먼저 듣고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계엄 선포 후 ‘계엄군이 한동훈과 이재명을 잡으러 다닌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보고 역시 국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도 있다.

국정원법은 국정원장이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또 국민의힘이 요청한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의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은 제공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요청한 자신의 동선 영상은 제출하지 않는 등 CCTV 영상을 선별 제공해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헌법재판소와 국회에 증인으로 나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대권’ 관련 발언을 들은 적 없다는 취지로 답해 위증한 혐의, 대통령 경호처와 공모해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조 전 원장은 앞서 증언과 답변서 등을 통해 계엄 선포 이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고령 등 계엄 관련 문건을 보지 못했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받는 것도 못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아 보고, 조 전 원장이 집무실을 나가면서 종이를 양복 주머니에 접어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다는 혐의(증거인멸)도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됐다.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내역을 공개한 이후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간 통화가 이뤄졌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됐다.

내란 특검 측은 전날 구속 심사에서 482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151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활용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고, 조 전 원장 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의혹' 등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를 구속한 것은 지난 8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후 처음이다.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었다.

조 전 원장의 구속으로 역대 국정원장들의 수난사도 다시 화제다. 역대 대통령들의 최측근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국정원장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각종 의혹에 휘말려 형사 처벌 대상이 됐다.

1999년부터 재출범 이후 국정원장을 지낸 16명 중 조 전 원장을 포함해 8명이 구속됐다.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은 9명이다. 조 전 원장이 기소되면 법정에 선 10번째 전직 정보수장이 된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발해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지금 이름으로 재출범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모든 국정원장이 수사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