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의 세운 4구역 부지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고층 재개발사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간의 대립은 물론 국회에서도 여야가 거친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오 시장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 문제를 두고 장외설전도 벌였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전초전같은 모양새로도 흘러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 역행해 국익적 관점에서도 근시적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종묘 인근을 개발하는 문제는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시정으로 그렇게 마구 결정할 사안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며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분이 종묘를 찾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중 무엇이 근시안적 단견인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도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이 이 사업을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도구로 악용하면서 종묘의 유산 가치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서울시가 도시계획 권한이 있다고 해도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경관과 조망은 국가 책임하에 보호해야 할 영역"이라며 "오 시장이 5선 도전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계원 의원도 "김건희가 종묘를 카페로 유용하더니 이젠 오 시장이 종묘를 자신의 선거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재개발 사업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사업의 근거가 된 서울시 재개발 규제 완화 조례를 유효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부·여당이 세운4구역 사업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띄우기'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공교로운 것은 짜 맞춘 듯 문체부 장관이 뜬금없이 기자회견을 하니까 며칠 뒤 총리가 나와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김 총리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조은희 의원도 최휘영 문체부장관을 향해 "(세운4구역 재개발을) 김 총리가 멈추고 싶은 것이다. 장관님은 부화뇌동하시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장관님이다.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으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토지주들은 국가유산청 등이 재개발 추진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운4구역 토지주들은 11일 서울 세운상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유산청 등이 재개발 추진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손해배상과 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세운 4구역은 종묘 정전에서 600m 이상 떨어져 세계유산 보호 완충구역(문화유산으로부터 500m 이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가유산청 등은 유네스코를 빙자해 맹목적인 높이 규제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건물 최고 높이는 기존 70m에서 145m로 변경됐다. 또 지난 6일 대법원 1부는 문체부의 '서울특별시문화재보호 조례중 개정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