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여야 지도부를 만나 “우리가 다투고 경쟁은 하되 국민·국가 전체의 이익에 관한 사안에서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를 그만하고 모두가 함께 사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에 따라 민생경제 협의체를 구성해 수시로 대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후 첫 악수를 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악수를 거부해왔다.

이날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정 대표와 장 대표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고 “저도 야당 대표를 했다”면서 “야당도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중요한 국가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공통 공약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청래 대표에게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는 조언도 했다.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오찬 회동에선 장 대표에게 먼저 발언권을 주며 야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 대표는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기 위해 마늘과 쑥을 100일 동안 먹었다는 단군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가 “악수는 사람하고 한다”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장 대표는 또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며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하셔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거부권은 야당의 입법만을 막기 위한 무기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이런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린다”고 했다. 장 대표는 “민생과 경제를 위해 대통령께서 정부와 여당과 야당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모인 것은 지난 6월 22일 이후 78일 만이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오찬을 마치고 이 대통령은 장 대표와 단독 회동을 이어갔다.

민주당 박수현·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의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여야 대표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가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자세한 구성에 대해선 각 당이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협의체 구성은 장동혁 대표가 제안했고 정청래 대표와 이 대통령께서 적극 화답, 수용함으로써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우선 지난 대선의 공통 공약 과제를 중심으로 민생경제 협의체 안건을 정하기로 했다. 여야는 또 협의체를 정례화하지 않고 야당 요청 등에 따라 열기로 했다.

오후 1시 20분부터 30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비공개 단독 회동에서는 '정치 복원' 얘기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장 대표는 획기적인 청년고용대책,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 민생 정책을 제안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장 대표가 무리한 야당탄압과 끝없는 내란 몰이에 대해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선 안 된다.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일방식 국정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여야 어느 한쪽 또는 특정 진영 이익을 위해 정치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말했다.

장 대표는 민주당 등 여권이 주도하는 검찰 해체 시도와 관련해 "수사 체계에 혼선이 가지 않도록 정부가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