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을 앞두고 보유 자사주를 매각, 맞교환, 교환사채(EB)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둘러 처분해버리려는 상장사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에 가까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자사주 소각은 정부나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주가치제고 또는 주주환원 방식이다.
코스닥 상장사 오아는 보유 자사주 전량인 79만7919주(67.95억원 상당)를 오는 3월9일 소각한다고 13일 공시했다. 총 발행주식의 14.66%에 달하는 소각 물량이다. 시장 등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그만큼 발행주식수와 유통주식수가 줄어 주주가치가 올라가고 주가 상승 여력도 커진다.
자사주는 취득에만 그칠게 아니라 이를 모두 소각해야만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라는게 미국 등 선진자본시장의 정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한국 상장사들은 회사 자금으로 장내매수한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재테크용으로 매각하거나 경영권분쟁시의 백기사 등으로 활용,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또 장내취득 보유 자사주를 찔끔찔끔 소각한 상장사들은 많지만 오아처럼 15% 가까운 물량을 한꺼번에 모두 소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자사주 강제소각 입법 움직임 때문에 많은 상장사들이 보유 자사주를 매각이나 맞교환, EB 발행 등으로 처분해버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되는 사례다.
‘자사주 탈출’ 또는 ‘자사주 도피’가 본격화한 작년 8월 이후 자사주를 소각한 상장사들 중 보유 자사주 비율 기준으로는 오아가 최다 소각사례다. 오아 이전에는 작년 12월16일 보유자사주 전량 11.7% 소각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업체 미스토홀딩스가 최다 기록이었다.
작년 9월9일 코스닥에 상장된 오아는 2024년 8월에도 188만8028주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다. 그 후 대표이사로부터 증여받은 자사주와 합병시 소멸법인 보유주식 등을 모아두었다가 이번에 다시 전량 소각처리하는 것이다.
오아는 이날 또 오는 3월3일 주총 소집을 결의하면서 주총 때 분기배당을 정관에 신설하는 안건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소각 외 분기배당도 신설, 주주환원을 더 강화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아나 미스토홀딩스외에 작년 12월 소각과 임직원 보상을 섞어 보유 자사주 전량을 처분한 상장사들도 엠게임, 케이피에프, 극동유화, 대림제지 등 4곳이나 있었다. 특히 대림제지의 처분 전 자사주보유량은 7.39%에 달했다.
작년 12월 중 임직원 성과급이나 사내복지기금 출연 등으로 자사주를 전량 처분한 기업들도 12곳에 달한다. 유니드비티플러스, 삼호개발, 셀바이오휴먼텍, 세아제강, 디와이, 디와이파이, 삼진엘앤디, 계룡건설산업, 동방아그로, 케이피에프, 마이크로디지탈, 에이치시티 등이다.
특히 유니드비티플러스는 6.59%에 달하던 자사주를 임직원 219명 격려금과 사내복지기금 출연으로 전량 처분했다. 주주환원이나 임직원 처우개선에 상대적으로 진심인 기업들도 이렇게 많다.
중소형 가전과 건강푸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종합 소비재 기업 오아는 '오아(OA)','보아르(Voar)','삼대오백' 등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활가전, 계절가전, 건강가전, 주방가전 등 중소형가전 전반에 걸친 제품을 기획-유통하는 업체다.
연결기준 작년 1~9월 매출 767억원, 영업이익 69억원을 올렸다. 영업흑자를 꾸준히 내고 재무구조도 견실한 편이다.
오아의 연결기준 재무상태표 및 손익계산서 일부
한편 위드텍도 지난 12일 자사주 20만5천주(2.01%, 22.5억원)를 오는 19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한국철강, 키스코홀딩스, 나이스홀딩스, 고스트스튜디오 등은 보유 자사주 중 일부를 임직원 인센티브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무상출연 용으로 내놓는다고 공시했다.
반면 연초 들어서도 보유 자사주를 투자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분해버리는 기업 행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티에프이는 13일 보유 자사주 25만주(2.09% 105억원)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제1회 사모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역사상 첫 자사주 기반 사모사채 발행이다.
금비와 무학은 자사주를 맞교환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금비는 보유 자사주 11.65% 중 8.04%(40.62억원), 무학은 보유자사주 전량인 1.6%를 모두 맞교환에 내놓는다.
지난 12일 제이에스티나는 자사주 8.24% 중 5.45%(27.5억원)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얼터너티브자산운용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대웅제약 모기업이자 지주사인 대웅은 자사주 56만4745주(0.97% 121.42억원)를 코스닥 상장업체 유토바이오에 3자배정 방식으로 현물출자하고 그 댓가로 유토바이오 신주 보통주 238만8278주를 받는다고 이날 공시했다. 정확한 의미의 자사주 맞교환은 아니지만 맞교환과 비슷한 거래구조다.
대웅은 국내 시장에서 체외진단검사 서비스 및 의료IT솔루션 사업을 하는 유투바이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대웅은 작년 12월에도 광동제약과 자사주 맞교환을 실시한 적이 있다. 자사주 1%를 내주고 광동제약 자사주 4.4%를 받았다. 이 처분 후에도 남은 자사주가 배당가능이익범위내 취득 보통주가 9.46%, 기타취득 보통주가 19.21%에 달했다.
이 중 0.97%를 유토바이어 현물출자 방식으로 또 처분한 것이다. 아직도 27.7%에 달하는 자사주가 남아 있다. 자사주 강제소각 전에 대웅이 이 많은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계속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