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이상경 1차관(국토부 홈페이지)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집 값이 떨어지면 사면 된다”고 발언하고, 부인 명의로 수십억원의 아파트를 갭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결국 사과했다.

이 차관은 23일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유튜브 방송 발언과 아파트 매매와 관련한 입장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사과문 발표는 질의응답 등을 받지 않은채 2분 가량의 입장 발표로 끝났다.

그는 “유튜브 대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만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 눈높이에 맞지 못한 점을 사과 드린다. 이번일 계기로 제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주택 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 차관은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골자로 한 '10·15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17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방영된 이 영상에서 이 차관은 “돈모아 집 값 안정되면 그때 사라”면서 “(돈을 모아) 집값이 비교적 낮은 노원·도봉·강북에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에게는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해당 발언 이후 이 차관이 배우자 명의로 최고 호가 42억원 짜리 아파트를 갭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 차관의 아내 한모씨는 작년 7월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를 33억5000만원에 사면서, 잔금일 전인 10월 14억8000만원에 2년 전세 계약을 맺었다.

거액 예금이 있는데도 ‘갭투자’로 집을 구매한 것이다. 갭투자로 구매한 해당 아파트는 1년새 최고 호가가 8억5000만원이나 오른 42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차관 본인 명의의 집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갭투자자에게 팔아 5억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남겼다. 아파트 매도 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이었던 이 차관이 전세를 살아주는 계약을 다시 맺어 실거주하지 않는 갭투자자에게 집을 판 셈이 됐다.

이 차관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의 차관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한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며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에서 “우리 국민에게 (부동산 정책을) 잘 설명해 나가야 할 국토부의 부동산 책임자인 차관이 자기는 (집을) 갖고 있으면서 국민 염장 지르는 소리를 하면 되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이 전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차관 발언에 대해 대신 사과하며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경고하는 등 당내 의원들의 우려가 잇따른 데 이어 이 차관 사퇴 요구까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이다.

박 의원은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이 차관) 해임을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건의) 내는 게 좋다”며 “대통령은 무조건 책임을 물어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지금 기분이 상해 있나”라고 했다.

박 의원은 “오늘 아침까지도 차관은 미동도 안 한다”며 “당 최고위원이 사과한다고 하면 ‘내가 책임져야 되겠다’ 이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알면서도 버티면 되겠다 하는 건 아주 파렴치한 사람”이라며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