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 본사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호남 지역 기반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JB금융지주의 최대주주 삼양사가 지난 9월30일 JB금융지주 보통주 지분 20만주를 시간외매매방식으로 매각했다고 지난 10일 JB금융지주가 공시했다.

매각가는 주당 22950원으로 총 매각가는 45.9억원이다. 삼양사는 지난 7월2일에도 시간외매매방식으로 JB금융지주 지분 12만5천주를 매각한 바 있다.

전북지역이 모태인 삼양사는 1969년 전북은행 설립 때부터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지금도 최대주주다. 그동안 전북은행이나 JB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할때마다 빠짐없이 참여해왔으며, 지난 6월 이전까지 한번도 지분을 매각한 적이 없었다. 지난 7월이 56년 만에 첫 지분 매각이었고, 그 3개월 후 소량이지만 또 일부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삼양사의 이번 지분 매각 관련 공시


삼양사가 이처럼 56년 만에 연이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는 지방금융지주의 동일인 지분보유한도 15% 때문이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삼양사의 JB금융지주 지분은 14.37%(2786만주)였고, 삼양그룹 재단인 수당재단이 0.46%, 김 윤 삼양그룹 회장이 0.01% 등으로 삼양사및 특수관계인 합계가 14.84%였다. 아슬아슬하게 15%선을 넘지 않았다.

당시 2대주주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14.26%), 3대주주는 오케이저축은행 및 특수관계인(10.03%)이었다. The Capital Group Companies, Inc.와 국민연금도 각각 6.64%, 5.92% 지분을 갖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도 42.09%에 달한다.

어차피 최대주주라고 해봐야 15% 지분을 넘길 수 없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JB금융지주를 비롯한 지방금융지주들은 이처럼 고만고만한 주요 주주들 연합으로 지금까지 경영을 꾸려왔다.

삼양사의 이번 지분 매각후 삼양그룹의 JB금융지주 지분현황


문제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처럼 JB금융지주도 작년 9월부터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강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목적으로 기업가치 ‘밸류 업’을 강조한 당시 윤석열 정부의 압력도 있었지만 주요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 등도 그동안 끊임없이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해왔기 때문이었다.

JB금융지주는 작년 9월 말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장기 목표로 ROE(자기자본이익률) 15%, 주주환원율 50%, 자사주매입 및 소각 비중을 40%로 각각 확대하는 내용의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3개년 실행방안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주주환원 추진,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기반으로 ROE 13%이상 유지, 주주환원율은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6년 45% 달성, 배당성향 28%를 초과할 경우 자사주 매입ㆍ소각 추진 등을 제시했다.

올 초에는 올해 목표로, 배당성향 28% 수준의 현금배당(매분기 300억원 수준의 분기배당 포함)과 17% 수준의 자기주식 매입ㆍ소각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이 중 자사주 소각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해버리면 삼양사 등 대주주 지분은 가만 있어도 그만큼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삼양사 같은 최대주주의 경우 동일인 지분한도 15%를 넘길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JB금유지주의 지난 6월 말 기준 대주주 현황


실제 올해 삼양그룹에게 이 문제가 발생했다. JB금융지주가 지난 2월4일 올해 처음으로 자사주 117만5226주를 소각처리하자 삼양그룹은 15%를 넘기지 않기 위해 지난 7월2일 1차로 지분 12만5천주를 매각했다.

하지만 JB금융지주는 당초 계획에 따라 지난 7월25일 자사주 272만4828주의 소각을 또 결정했다. 그냥 놔두면 삼양사 지분율만도 14.3%에서 14.51%로 상승하고 합산지분율은 15%를 넘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삼양그룹은 금융감독원 등에 사정을 호소하면서 일정기간 매각유예 등을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5% 넘는 지분의 무조건 매각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삼양그룹은 어쩔수 없이 지난 8월 말 지분 19만1082주 매각 계획을 공시했고, 실제 매각량은 이보다 조금 늘려 지난달 30일 20만주를 매각처분한 것이다.

이번 두 번째 매각 후 삼양그룹의 JB금융지주 보통주 지분율은 삼양사가 14.40%, 수당재단 0.47%, 김윤 삼양그룹회장 0.01% 등 합계 14.88%다. 간신히 15%선 사수에는 성공했다.

2대주주 얼라인파트너스 지분율도 연이은 자사주 소각으로 15%선에 육박하고 있는데, 얼라인파트너스 측도 현재 보유지분 전부 또는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수년간의 JB금융지주 주가 상승으로 목표 수익률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굳이 더 들고 있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사 본사


문제는 이같은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주주환원 및 주가상승이 목표인 자사주 소각 효과에 역행하거나 효과를 반감시킬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사주 소각만큼 주가가 더 올라야하는데, 언젠가 시장에 쏟아질 대주주 매각 물량이 주가 상승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것이어서 당장 시장에 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진 않겠지만 언젠가 야금야금 시장에 풀릴 수 밖에 없다는 이른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다.

실제 작년 1월 초 1만1천원대이던 JB금융지주 주가는 장기 기업가치제고계획 발표 이후인 지난 1월에는 월평균 17658원, 6월에는 월평균 20357원으로 계속 올랐다. 지난 2일 종가도 23500원이었다. 하지만 삼양사 지분 매각 공시 이후인 지난 10일 종가는 22750원으로 다시 주춤해졌다. 오버행 이슈도 일부 영향을 준것으로 보인다.

아이엠금융그룹 로고


대구-경북권이 주 근거지인 아이엠금융지주(옛 DGB금융지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금융지주사는 작년 시중은행 전환 선언을 하면서 동일인 지분한도가 지방금융지주일 때의 15%에서 10%로 더 줄었다. 지난 6월 말 이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오케이저축은행 지분율은 9.70%이고, 2대주주 국민연금 지분율도 8.83%다.

그 후 오케이저축은행이 지분 일부를 계열사 오케이캐피탈에 매각한 후 현재 지분율은 오케이저축은행 7.93%, 계열사인 오케이캐피탈 1.99% 등 합산 9.92%다. 간신히 10%선을 지키고 있다.

아이엠금융지주도 JB금융지주나 다른 금융지주사들처럼 요즘 한창 주주환원계획 강화에 몰두해 있다. 지난 7월 말 연말까지 자사주 137만5516주를 취득한 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도 지분이라면 자사주 소각 후에도 오케이금융그룹 합산지분율이 10%선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추가로 또 자사주 소각 계획이 나오면 오케이금융그룹도 지분을 팔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또 아이엠금융지주 주가는 오버행 이슈 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코리아디스카운트 막고 주가 부양하라 해서 원칙대로 자사주를 소각했더니 대주주 매각물량 때문에 주주환원 효과나 밸류업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꼴”이라며 “금융당국이 이런 물량에 대해 일정 기간 매각유예 등을 해주는 등의 유연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