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보자(현 기획재정부 장관)가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더트래커

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새로 내놓을 첫 세법개정안의 방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화두는 '부자 감세'의 원상 복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 정책은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투자와 성장, 나아가 세수 확대라는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법인세 수입은 눈에 띄게 줄었고, 경기둔화와 맞물리며 정부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되레 기업의 세 부담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은 긴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도 바뀌었다"고 반박한다.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법인세 인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과세표준 구간별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내렸던 조치를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법인세는 2억 원 이하 9%,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19%,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 24%지만, 이 구간별로 다시 1%포인트씩 올려 10~25%로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25%로 인상됐던 최고세율 구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실상 윤 정부의 감세 정책을 철회하는 셈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법인세율 인상을 시사하며 세수 구조의 약화를 솔직히 인정했다. 실제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 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 원, 2024년 62조5,000억 원으로 뚜렷한 감소세다. 정부가 '적극 재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원 확충이 불가피한 셈이다.

법인세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의 태도에서도 감지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법인세율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경기 둔화의 책임만을 들먹이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언급하며 세수 구조의 취약성을 인정했다. 실제 수치를 보면 납득이 간다. 2022년 103조6,000억 원에 달했던 법인세 수입은 2023년 80조4,000억 원으로, 2024년에는 62조5,000억 원까지 감소했다. 정부로서는 '적극 재정'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려 해도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정부는 일부 대기업의 부담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실효세율도 문제 삼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의 2023년 실효세율은 18.7%에 그쳤고, 일반기업의 실효세율은 19.6%였다. 이러한 수치도 '응능부담', 즉 부담 능력에 따른 과세라는 조세 정의의 관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세율 수준에 대한 국제 비교도 단순히 OECD 평균과의 격차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지방세 포함)로 OECD 평균인 23.9%보다는 높지만, 주요 7개국(G7) 평균 27.2%보다는 낮다. 결국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인상은 '글로벌 역행'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한겸 택스피어 대표세무사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올린다고 해도 실질적인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효과 없는 각종 세액공제를 폐지하고 감면제도를 정비하는 게 시장의 혼란을 줄이면서 과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율을 단순히 손보는 것만으로 세수 확보라는 목적에 다가서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우려다.

정부는 법인세뿐만 아니라 증권거래세,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문에서도 '부자 감세'를 되돌릴 태세다. 윤석열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였고, 증권거래세는 최근 5년간 0.1%포인트 인하됐다. 이 역시 되돌린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총리가 청문회 과정에서 증권거래세와 대주주 과세 기준을 직접 언급했다"며 재검토 방침을 강조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단순히 조세 정책의 전환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감세 기조를 청산하고, '적극 재정'을 위한 세수 확보, 그리고 '응능부담'이라는 조세 정의 실현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시장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경제 위기 속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내세우며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