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더트래커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내건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진입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 아래, 정부는 규제 개선과 정책적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랜 침체를 딛고 반등을 노리는 산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격진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의료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더트레커는 ‘메디컬 테크’의 최전선을 찾아가 과거의 궤적을 짚고, 현재의 혁신을 기록하며, 미래를 향한 질문과 해답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조치 가능성에 긴장하는 가운데, 정작 이번 상황이 국내 기업들의 진정한 경쟁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시사하자, 미국 수출에 의존해 온 다수의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이 당혹스러운 기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의 최대 수출국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수익성 악화는 물론 시장 판도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불확실성에 대비한 관망세로 돌아섰다.

반대로 일부 기업들은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관세 리스크’ 무풍지대에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지사를 설립한 네오펙트는 2020년에는 현지 재활 전문 클리닉 '커뮤니티 리햅 케어(CRC)'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서 발을 깊숙이 담갔다. 회사의 전략은 단순히 수출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현지 사업자로 뿌리를 내린 형태다.

CRC는 미국 원격진료 체계에 특화된 클리닉으로, 인공지능(AI) 재활 시스템을 조기 도입하고 치료 데이터의 표준화와 효율화를 실현하며 주정부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외상성 뇌 손상(TBI)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기기 무상 공급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미국 사회에 이미 깊숙이 스며들었다. CRC는 미국 재활의료기기 최초로 산업재해보험 승인을 획득하며 주목할 받았다. 이런 사업 구조 덕분에 네오펙트는 관세 부과라는 외부 변수에서 한 발 비켜선 위치에 서게 됐다.

미국 무역항 전경. 사진=더트래커

네오펙트 관계자는 "미국법인 운영으로 관세 리스크와 공급망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했다"며 "현지에서 B2B와 B2C를 모두 아우르는 시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단순히 방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벌릴 발판으로 삼겠다는 뉘앙스다.

삼성전자도 이와 비슷하게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에서 ‘AI 헬스코치’ 베타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AI 헬스코치는 삼성헬스 앱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의사의 지침을 가정에서도 충실히 따를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최근 의료기기 플랫폼 기업 젤스(Xealth)를 인수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사례들과 달리 다수의 국내 주요 헬스케어 기업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에 머물고 있다. 신규 투자나 생산 거점을 이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과 비용, 현지 인력 관리의 난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조치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전체에 시련이 될 수 있지만, 준비된 기업에는 오히려 기업 전략과 경쟁력을 입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